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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에서 장세가 반발 

 '불경기 상황에서의 주가상승' 이라는 주가선행성을 표현하고 있는 이 말은 음미할수록 묘미가 있다.  주가는 금리가 내리든가 기업수익이 늘어나면 상승한다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금리가 계속적으로 내리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경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 즉 물건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사람은 돈을 빌려 재고를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며, 생산자도 돈을 빌려서까지 설비를 증설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돈이 남아돌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금리를 내려서라도 안전한 대출처를 찾아나서게 된다.
  한편 은행은 대출금리를 내릴 정도이니까 당연히 예금금리도 인하할 것이다. 오히려 어느 쪽인가 하면 대출금리를 내리는 것보다 먼저 예금금리 쪽을 내리게 된다. 예금자들은 "물가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내리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같다."라는 정부, 일본은행 경제평론가들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이자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왠지 씁쓸하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품으로 옮겨 수입증가를 도모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이자가 낮다면 차라리 주식이라도 사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의 기업수익은 여전히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있고 주가도 계속하여 내리고 있다. 과거의 주가수준과 비교해보아도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 이외의 다른 금융기관, 농수축협계통의 금융기관과 생명보험회사도 대출이 늘지 않고 대출이자도 내리기만 하기 때문에 우선 채권매입을 늘린다. 이 채권 수익률도 곧이어 내리기 시작하면 원래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산다는 '역행'적인 투자자세를 가진 보수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좋은 매입국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의 상승, 하락에 관계없이 매년 일정액의 주식을 사는 연금기금 등은 주가가 내리면 그만큼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보면 매입적기가 되기 때문에 서서히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불경기로 실업자가 늘었다든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도산이 화제가 되고 상장기업의 배당감소 및 적자전환 발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바닥을 친 것처럼 반등하기 시작한다.
  경기대책으로 단숨에 반등하는 단계는 아직 주가상승 정도가 미미하고 물가도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불황의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자는 금융, 재정 양면에서의 경기대책을 발동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재할인율을 큰 폭으로 내리는 등 금융완화대책을 한층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아무리 금리를 내리더라도 일이 없으면 기업의 고용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는 예산을 증액하여 주택투자를 크게 늘리고 다리, 도로건설 등의 공공투자를 확대시킨다.
  이것으로 바닥진입양상을 보이던 주식시장은 단숨에 오름세로 돌아서 활황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환경은 통계적으로 보아도 아직 밝은 지표는 보이지 않고 게다가 기업수익도 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주가의 이상 반등을 보고 보유주식을 파는 사람도 상당수 있고, 그 중에는 이 장세는 얼마 안 가 환경의 악화에 의해 크게 하락한다고 보고 선물시장 등을 이용하여 주가가 내린 시점에서 되사는 것을 전제로 한 매도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주식이 계속하여 상승하면 이들마저 당황하여 매입에 나서게 되어, 주가를 더욱 상승시키게 된다. '불황기하의 주가상승'이란 바로 이러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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